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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시간...
- 조회수 : 687
- 작성일 : 2011/10/21 13:02:08
- 필명 : doyourbest
오랜만에 하얀 여백의 중심에 자리를 잡으니 낯설기도 하고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벅참이 있습니다.
갈수록 삶의 주인공 자리에 선다는 것이 어렵고 기회가 없어지지만 아직은 그것을 '기회' 라고 말할 수 있음에 감사도 드리게 됩니다. ^^
어제는 '칸트의 시간'에서 미소꽃님을 만났습니다.
추석이 생일이었던 언니의 생일이 한 달이나 지난 지금,
내년에는 두 배의 사랑을 나눌 수 없다는 부담감에 잠시라도 바쁜 언니의 시간을 선물받은 하루였습니다.
여전히 바쁘고, 활기차고 , 예쁘고 , 수다스럽고 ^^
이제는 고슴도치아저씨랑 싸워도 이길 것 같은, 억지로 시집을 가지 않아도 되는
공격성마저 엿보이는 ^^ 더욱 건강해진 엄지공주...가 되어 계셨습니다.
문득
일찍 도착하여 언니를 기다리며 그곳의 간판처럼 이제는 누군지도 모르겠는...
칸트를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행복의 원칙,
첫째, 어떤 일을 할 것,
둘째, 어떤 사람을 사랑할 것,
셋째, 어떤 일에 희망을 가질 것...
갑자기 떠오른 칸트의 이 말을 생각하며 미소짓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넷째, 겸손하고 낮추는 기도를 할 것...
그것 하나를 조심스럽게 끼워넣습니다.
그 시간에서 벗어나서는 팔 년 만에 반명함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사진관아저씨께 조심스럽게
'저, 팔자주름만 좀 지워주세요. ' 부끄러워하며 말하였는데
아저씨께서는 제게 새생명을 주시려고 하셨던 건지 ^^
저는 제발 현실성있는 사진을 내놓으라며 떼를 썼습니다.
한 장이라도 제대로 된 걸 달라구요.
'아저씨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세 번은 말한 것 같습니다.
결국 삼십분 만에 한 장을 손에 쥐고 범죄의 현장에서 결정적 증거라도
손에 쥔듯이 떳떳한 마음으로 나서며 우연히 데스크를 보았습니다.
a : 주름, 여드름만 지운다.
b : 한 5년 정도 젋어 보이게 한다.
c : 친구들이 '내가 아는 너가 아니야'... 라는 소리를 듣게 한다.
d : 새로 태어나고 싶은 수술의 효과를 기대한다...
세월의 흔적도 지우고 마음의 상처까지 모두 치유할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가을이 깊어지니
많은 분들이 '단풍'에 열병을 앓습니다.
봄에 '벚꽃의 설렘'에 열병을 앓다 막상 마주하면 돌변하여 벚나무를 마구 흔들어대는,
그것과는 다른 '차분함'이 있는 가을의 단풍은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어제도 아이들과 공원에서 단풍나무를 보고 그네를 타고
네 귀퉁이에 모여지는 단풍잎들을 밟으며 서로 다른 '밟힘의 소리'에 감탄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눈도 귀도 마음도 좋게 해주는 시간들...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으니 살아있어서 참으로 행복한 시간입니다.
아침마다 받아보는 새벽편지를 열어보고
재미난 사진과 함께 갑자기 저건 '길동이의 얼굴이구나', '저건 여우언니의 얼굴이구나'...
아마도 어제 미소언니를 만나고 언니의 마지막 얼굴을 잘 기억해두려는 제 숨은 마음이
조금은 노출이 되는 경험을 합니다.
미소언니의 첫 얼굴은 저녁 산책 후 낮은 언덕길을 올라가는 가로등 밑의 뒷모습이었습니다.
누가 채갈까 몰라서 제 나쁜 시력이 다 잃을 때까지 뒷걸음질 치다가
집에 와서 언니에게 메일을 보냈던 그 첫 날의 기억이 나네요.
그날, 그 순간... 저도 모르는 정체성에 ^^ 잠시 남자가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끔씩 들르는 카페에서
예전의 그 향기는 아니지만,
우연한 시간에 마주치는 얼굴들과 시간을 채우는 모습들,
그저 대문 밖을 지나면서도
잘되길,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
이곳에 머물렀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주말에는 가까운 공원에서, 산에서, 하늘빛에서
삶의 구석구석 소통하시면서 더욱 행복해지세요.
그리고 다음주에는 더욱 열정 가득한 표정으로
시월의 마지막 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항상, 언제나 늘 그랬듯이
화이팅입니다. ^^
어쩜 표정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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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님은~~우리들의 \"꿈과 희망\"이십니다. | 주식사랑해 | 2011/10/20 | |
또 감사드립니다...^^; | 길동01 | 2011/1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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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꽃2011/10/24 11:57
이렇게 글로보니 또 새롭군요~
우리의 인연이 울방에서 시작하여 이렇게 가고 있는거 또한 감사하지요
어느곳에서든 언제나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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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잔치2011/10/24 08:41
두유님의 글에는 늘 향기가 있습니다
처음 두유님의 글을보면서
아주 겸손한 분이시구나 했는데 역시나 ~~
자신보다는 항상 상대의 편에서 생각하는 그 마음들이
늘 체팅창에서도 느낄수가 있었는데
더 오래 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건강하시구요
가끔씩 들리셔서 향기로운 글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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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012011/10/22 00:16
역시 두유님 글은 시 같아요~ㅎㅎ
미소님만 부르셨어요? 살짝 아쉽네요.ㅋ(이건 여우님도 마찬가지? ^^)
그럼 담에 뵙겠슴다~~~
(아..역시 짧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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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가이2011/10/21 23:28
계절이 참 빠르게 지나가죠!
두유님과 인연이 닿은게 작년 이달 초였는데 말이에요.
여전히 녹슬지않은 글솜씨 이십니다!
같이있을때 한번 얼굴이라도 뵐껄 그랬나봅니다!
이렇게 아는거라곤 두유 두글자와 목소리 뿐이네요!
예쁜 단풍잎처럼 아름다운 시간으로 시월을 마무리하시길 바랄께요~ ^^*